영국의 (사)오월은 아름답다. 햇빛이 눈부시고, 하늘이 파랗고, 9시 즈음이 되어야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하얀 솜털같은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한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문을 다 열어놓아 햇빛을 한가득 담은 집안을 걷는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하루 하루가 초침처럼 빠르게 지나가며 매일의 자잘한 일거리는 그날 그날 처리된다. 설거지를 하고 햇살 속에 빨래를 널고 집안의 물건 정리를 한 방 한 방 해나가고 청소를 한다. 3월이 벌써 다 가고, 4월도 다 가고, 5월도 시작된지 열흘이 넘었다. 이렇게 있다 보면 2008년도 다 가버릴 것 같다. 집에 오면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이 느껴진다. 가장 익숙하고 가장 안정적인 곳이라 그런지 한참 만에 다시 와도 낯설지가 않다. 잠깐 벗어놓은 옷마냥 슥 하고 걸쳐진다.
저녁에 골프장 옆으로 산책을 나가면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밖에서 노닐던 토끼들이 후닥닥 울타리 나무 아래로 도망쳐버린다. 가만히 서 있으면 가만히 조심조심 논다. 뚱뚱한 어른 토끼는 엉덩이가 커서 뛸 때 하얀 솜꼬리가 그리는 동선이 느릿하다. 날렵하고 조그만 애기 토끼는 엉덩이가 머리보다 작아 하얀 솜꼬리가 팔락팔락 위아래로 움직인다. 지난 월요일부터 좋은 날씨가 사랑스럽다. 이러다가 다시 비바람 몰아치고 우박이 쏟아지는 것 아니냐고 올해 사월에 뜨악해하신 어머니는 걱정을 하신다. 새장 째로 새 두 마리를 밖에 내놓았더니 어느새 비둘기 사냥꾼 듀오 중 한 명인 줄무늬 고양이가 그 앞에 가만히 앉아서 새장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새가슴인데 얼마나 놀랐을까. 고양이를 피해 새장 꼭대기에 앉아있는 새들을 보고 고양이를 쫓아주었다. 나중에 나갔다 와보니 고양이는 새장을 바닥에 넘어뜨려놓았다. 할만큼 다 했소- 라는 듯이 고양이는 유유히 사라지고 쏟아진 모이와 날카로워진 새울음소리만 남았다.
이번에는 집이 되게끔 하자, 고 생각해보고 있지만 내 마음은 아직 아무 곳에서나 푹 쉬는 형이 못 되나보다. 부모님 집에서는 이렇게 고저 젤리같이 말랑하고 한 시간 정도 내버려둔 라면의 면발마냥 푹 퍼져있건만. 6학년, 중학교 1학년 때가 얼핏 생각났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그 애.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학원에서 살짝 보면 기분이 좋았던.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처럼 1층에 살던 그 애 집 앞으로 부러 빙 돌아지나가며 뭘 하고 있을까? 하며 걸어가곤 했다.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철로 된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을 지나쳤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빠는 차를 사기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게문을 닫는 엄마를 데리러가곤 했다고 한다. 엄마는 봉을 사용해서 셔터를 드르륵 닫고 우리는 집으로 갔다. 차를 탈 때면 동사무소 앞 언덕길의 덜컹이(과속 방지턱을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를 지나갈 때가 좋아서 우리는 다시! 다시! 그러곤 했는데. 자전거를 탔을 때는 아마 옆으로 비켜갔겠지?
행복은 정작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못하게 하나보다. 돌아보면 행복했다. 아팠던 기억을 하나하나 - 마치 이전에 툭하면 빨래를 한다며 비누로 비벼빨아 욕실의 타일 위에 젖은 채로 붙여놓곤 했던 손수건처럼, 그 손수건을 타일에 붙이느라 주름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좍좍 펴곤 했던 것처럼 - 시간이 지나면서 펴낼 수 있게 된다. 더이상 아프지 않게 된다. 그래서 돌아볼수록 돌아봄에 웃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앞을 보면서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대와 희망이란 정말로 노력과 꾸준함을 요하는 활동이다. 이전에는 당연했던 것이 갈수록 당연하지 않게 된다.
저녁에 골프장 옆으로 산책을 나가면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밖에서 노닐던 토끼들이 후닥닥 울타리 나무 아래로 도망쳐버린다. 가만히 서 있으면 가만히 조심조심 논다. 뚱뚱한 어른 토끼는 엉덩이가 커서 뛸 때 하얀 솜꼬리가 그리는 동선이 느릿하다. 날렵하고 조그만 애기 토끼는 엉덩이가 머리보다 작아 하얀 솜꼬리가 팔락팔락 위아래로 움직인다. 지난 월요일부터 좋은 날씨가 사랑스럽다. 이러다가 다시 비바람 몰아치고 우박이 쏟아지는 것 아니냐고 올해 사월에 뜨악해하신 어머니는 걱정을 하신다. 새장 째로 새 두 마리를 밖에 내놓았더니 어느새 비둘기 사냥꾼 듀오 중 한 명인 줄무늬 고양이가 그 앞에 가만히 앉아서 새장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새가슴인데 얼마나 놀랐을까. 고양이를 피해 새장 꼭대기에 앉아있는 새들을 보고 고양이를 쫓아주었다. 나중에 나갔다 와보니 고양이는 새장을 바닥에 넘어뜨려놓았다. 할만큼 다 했소- 라는 듯이 고양이는 유유히 사라지고 쏟아진 모이와 날카로워진 새울음소리만 남았다.
이번에는 집이 되게끔 하자, 고 생각해보고 있지만 내 마음은 아직 아무 곳에서나 푹 쉬는 형이 못 되나보다. 부모님 집에서는 이렇게 고저 젤리같이 말랑하고 한 시간 정도 내버려둔 라면의 면발마냥 푹 퍼져있건만. 6학년, 중학교 1학년 때가 얼핏 생각났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그 애.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학원에서 살짝 보면 기분이 좋았던.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처럼 1층에 살던 그 애 집 앞으로 부러 빙 돌아지나가며 뭘 하고 있을까? 하며 걸어가곤 했다.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철로 된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을 지나쳤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빠는 차를 사기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게문을 닫는 엄마를 데리러가곤 했다고 한다. 엄마는 봉을 사용해서 셔터를 드르륵 닫고 우리는 집으로 갔다. 차를 탈 때면 동사무소 앞 언덕길의 덜컹이(과속 방지턱을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를 지나갈 때가 좋아서 우리는 다시! 다시! 그러곤 했는데. 자전거를 탔을 때는 아마 옆으로 비켜갔겠지?
행복은 정작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못하게 하나보다. 돌아보면 행복했다. 아팠던 기억을 하나하나 - 마치 이전에 툭하면 빨래를 한다며 비누로 비벼빨아 욕실의 타일 위에 젖은 채로 붙여놓곤 했던 손수건처럼, 그 손수건을 타일에 붙이느라 주름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좍좍 펴곤 했던 것처럼 - 시간이 지나면서 펴낼 수 있게 된다. 더이상 아프지 않게 된다. 그래서 돌아볼수록 돌아봄에 웃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앞을 보면서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대와 희망이란 정말로 노력과 꾸준함을 요하는 활동이다. 이전에는 당연했던 것이 갈수록 당연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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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니까? 우리들의 가슴 속에는 골룸이 한 마리 산다 샤워,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기막히지 않은가! 한자 변환 키 CD 2: 생각먼지 선곡 창밖의 그대가 손을 흔들면 5월 12일, 21:59 후회의 분량을 다 채우고 나면 침이 흐른다 반창고가 있잖아 한 지붕 아래에서 당신하고 내 마음 속의 당신의 자리 나는 진실을 알아버렸어 넓적다리 하나의 똥이 ... more
제 기억으로는 5월에 이정도로 덥진 않았던거 같은데;
오늘은 욕실 타일에 주름없이 붙여놓았던 젖은 손수건이 말랐을땐 구김살 하나 없는것 처럼
하루 종일 쨍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아아 이런 말랑함이라니! 나도 일상에서 이런 몽글몽글함 느껴보고 싶어요^^;;;;
영국의 봄날이 궁금하면서.. 아아..
이 글을 읽으니 기운이 좀 납니다. ㅎ
햇빛만큼 따뜻한 기운에 마음까지 전해져서 몸도 마음도 기분좋게 건강해지시길..^^
홍월영님/ 요즘 제 마음은 질풍노도 곡선인지라, 자꾸 하락하지 않으려고 글로 긍정적 마인드를 만들어놓곤 하는데- 그래놓고는 일어나선 또 하락하곤 하네요. 반창고는 필수! 인가봅니다. ^_T
ㅅ님/ 그냥 '아///' 이런 덧글이 나오려다가 문득, 제 글은 그냥 평범한 옷장, 그 속에 나니아를 발견한 루시는 이런 느낌을 받아주시는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전 털코트만 한가득인데! :)
연이님/ 더, 더, 더 많-이 더웠으면 좋겠어요! 다시 조금 쌀쌀해지니 설마 여름에 추우려나 하고 겁이 나는 거 있죠. 그러고보니 온난화 덕분에 영국도 날씨가 많이 변한 거 같아요. 한 7년 전에는 4월이 제일 덥고, 7월이 도리어 근래의(올해 말고;) 4월 날씨 같았거든요.
asteria님/ 과분하게 좋은 말씀 해주신 것, 꼭 저장해놓았습니다. 헤헤. :)
marlowe님/ 새삼 영국은 참 옛것이 많이 남아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긴 다리의 사냥개들과 짧은 다리의 토끼들이 뜀박질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신기한 기분도 드네요.
n님/ 아, 제철과일! 저도 요즘에는 영 모르고 사네요. 갈수록 풍족해진다는 것은 참 맞는 말씀 같습니다. 이제는 철이 아니어도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과일이 많이 넘어오기도 하고, 비닐하우스도 있고 하니까요.
뒤를 돌아보면 이전에 미처 몰랐던게 더 많이 보여서 예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어요. 언제나 뒤에서야 가치를 알게 되는게 사람일까요?
션☆님/ 교과서에 수록된...! (////!)
구김살이 갑자기 더 생기는 날, 이전의 구김살도 펴게 되는 날, 손수건을 건드리지 않게 되는 날이 영 없는 것 같아요. 매일이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게가 되기도 하고 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행복한 하루 되게끔 해보렵니다. 션님께서도요! :)
피리언니/ 앞부분은 써놓았다가, 어느새 뒷부분을 다 써서 올렸던 글이었어요. 그때 마음이 많이 보드라웠나보다, 하며 새로운 기분으로 한 번 더 읽어보면서 다시 몽글몽글해지자 하고 다짐했습니다. (히히) 언니의 하루하루에도 하나둘 토끼 꼬리같이 말랑한 것들이 쏙쏙 솟아나기를! 하고 바램 하나 보낼께요. >_<
히치하이커님/ 아, 변덕은 변덕이로되 여름이 되면 그 주기가 길어집니다. 날씨화창좋은 날이 한 삼일 지속되고, 하루이틀 정도 비가 왔다가, 또 날씨화창, 그리고 비, 그러다가 하루 안에 화창과 구름과 비, 이렇게 되지요. :)
기운이 나셨다니 가슴뿌듯 게이지가 올라갑니다~
ㅆ님/ 으하하, 첫문장에 아니 웃을 수 없고요~ >_< 실은 저도 제가 써놓은 글을 보면서 나는 나로되 내가 아니구나 하는 이질감을 느끼곤 해요. 이렇게 하자, 라던가 이렇게 생각하자, 하는 긍정적이고 좋은 것을 글쓰면서 자기 최면하는 것 (하다가 실패하지만;) 같습니다. 읽으시면서 그런 기분을 느끼신다면은 그건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 긍까 님 속의 것이 반사된 것 뿐이리라 믿습니다. :D
소마님/ 계속, 의지를 발휘해서 해나가야 하는구나 하고 갈수록 느낍니다. 으...
이번 주에는 조금 게으를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면서 갑자기 게임과 책의 폐쇄적 세계로 빠지고 있다가소마님 말씀에 너무 빠지지 말자 하고 스스로에게 엄한 눈길을 한 번 날렸습니다;
남모님/ 삿포로의 눈, 영국의 비! 워낙 가늘고 보슬보슬해서 학생 때는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게 당연하다고들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으레 쓰게 되지만, 이곳 비는 우산을 쓰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을 늘 주는 비네요.
원래 날씨가 좋다, 고만 쓸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이리로 저리로 저도 모르게 가버려서 쫓아가느라 혼났습니다. ^^;
ㅇ님/ 늦게 지는 해, 정말 좋지요? 노팅햄에 오셨다니 저희 집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까지 오셨었네요. :) 해질 무렵의 여름, 탬즈강은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든 기회가 되셔서 오시면은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같은 바램을 보내보아요. :)